하이블렌디(Hi, Blendiy)는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에서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친한 사람들 몇 명이 모이면 “퇴사하고 OO를 창업하면 대박 날 것이다”와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하고는 했다. 우리 크루들의 나이는 평균 40세 정도로 건강과 웰빙에 점점 관심이 많아지는 나이였고 대부분은 헬스, 클라이밍, 테니스 등 하나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나왔던 아이디어는 헬스와 관련된 아이템들이었다.
(소분 관점) 대용량 제품을 소분해서 판매하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가구 형태가 점점 소형화되면서 소용량 제품들을 선호하고 시중에 엄청나게 많은 단백질 파우더가 있지만 개개인별로 취향이나 소화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의 최적화된 단백질 파우더를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헬스장 앞 혹은 주변 오프라인 상점에서 여러가지 단백질 파우더를 무게(g) 단위로 구매해서 다양하게 먹어볼 수도 있고 헬스장에 단백질 파우더를 안 가져왔을 때 운동 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인 형태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정비용도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영양제를 하루 단위로 소분하여 판매하는 구독서비스 “마이퍼즐”, “아이엠”, “필그램” 등이 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시중에 있는 제품들을 약국에서 구매하는 것처럼 소분해서 주는 것만으로 수익화가 될까 싶지만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연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단백질 파우더의 경우에는 굳이 소분을 해서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을까에 대해 생각해봤고 대부분의 헬스인들은 본인의 쉐이커에 단백질 파우더를 담아와서 섭취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해 해당 아이디어는 보류하기로 했다.
(경험 관점) 헬스를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면서 주변에 헬스를 한지 오래된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헬스용품 시장도 정말 많은 제품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헬린이에서 헬창이 되기까지 중량을 치는데 있어서 보조역할을 해주는 다양한 브랜드와 다양한 제품군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직까지는 오프라인에서 헬스용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해당제품들을 착용해보고 실제로 운동도 해볼 수 있는 헬스용품 전문업체를 만들어볼까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봤지만 자사 제품 없이 유통판매를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매장 운영을 위한 고정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효율 관점) 위의 아이디어 두 개가 폐기되던 차에 2월 어느 날 우리 셋은 상당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연속된 회의로 인해 점심시간을 놓쳤고 모든 회의준비와 회의를 마치고 나니 이미 오후 3시가 되어있었다. 누군가가 대신해 가져온 샐러드는 이미 말라가고 있었고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주전부리로 점심을 겨우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 임원이나 팀장들 중에 외국인들은 단백질 파우더에 여러가지 과채류 원물을 함께 갈아서 만든 스무디 형태로 음식을 섭취하고 있었고 물어보니 “톰 브래디(Tom Brady)”라는 아메리칸 풋볼 레전드가 40대 은퇴 후 건강관리를 위해 섭취하고 있는 스무디 레시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략적인 시장조사를 해보니 미국에서는 본인만의 스무디 레시피를 만들어서 일반식 대신 섭취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관련된 제품들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3대(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 스쿼트) 1100kg 이상을 치는 세계적인 파워리프터인 블레인 섬너(Blaine Sumner)도 닭가슴살과 흰쌀밥, 시금치로 만든 스무디를 하루 8잔씩 섭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으로 준비해도 괜찮겠다고 확신했던 부분은 크게 세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할 만한 제품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 있게 소개해줄 수 있는 제품일 뿐 아니라 추천을 받은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지속 섭취할 만한 메리트가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는가?”
두번째로는 “우리가 시중에 있는 제품들과는 다른 고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차별성이 명확하게 있는가?”
마지막 세번째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중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화가 되어있지는 않은 제품이며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있는가?”
이후 약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제품 개발과 브랜딩을 기획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2월 어느 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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